원피스 만들기가 드디어 상의 차례까지 왔다. 오늘 한 일은 크게 둘이다. 앞판과 뒤판의 어깨를 이어 몸판 모양을 갖추는 것, 그리고 목둘레에 안단을 달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 말로 하면 두 줄인데 실제로는 저녁 시간이 통째로 들어갔다.
원단은 검정 바탕에 흰색과 베이지색 잎사귀가 덩굴처럼 뻗은 무늬다. 뒤집으면 회색빛으로 바랜 듯한 같은 무늬가 나와서, 작업하는 내내 어느 쪽이 겉이고 어느 쪽이 안인지 한 번씩 확인해야 했다.
안단부터 먼저 만들어 두기
순서상으로는 몸판을 먼저 잇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안단은 미리 준비해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몸판이 다 이어지고 나서 안단을 재단하려고 하면 흐름이 끊긴다.
안단 패턴은 목둘레 길이에 맞춰 따로 그렸다. 목선을 그대로 따라 그리고 거기서 일정한 폭만큼 바깥으로 띄우면 초승달 같은 곡선 조각이 나온다. 이걸 원단 위에 올려 재단한 뒤, 검은색 심지 위에 얹어 시침핀으로 고정했다.

심지를 대는 이유는 단순하다. 목둘레 안단은 얇은 천 한 겹으로 두면 금방 늘어나고 흐물거린다. 특히 곡선은 바이어스 방향이 섞여 있어서 조금만 당겨도 모양이 틀어진다. 심지가 뒤에서 받쳐 주면 목선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입었을 때도 목 주변이 처지지 않는다. 원단이 어두운 색이라 심지도 검정으로 골랐다. 흰 심지를 썼다면 얇은 겉감 너머로 비칠까 봐 신경이 쓰였을 거다.
심지를 붙이고 가장자리를 정리하니 안단 세 조각이 완성됐다. 커다란 반원 하나는 앞판용이고, 양쪽의 작은 조각 둘은 뒤판 두 장에 각각 들어갈 몫이다.

어깨선 잇기
이제 몸판이다. 앞판과 뒤판의 겉감끼리 마주 보게 겹치고 어깨선 끝을 맞춘다. 겉끼리 대야 박고 펼쳤을 때 시접이 안쪽으로 숨는다. 당연한 얘기 같아도 무늬가 앞뒤로 비슷한 원단은 한 번쯤 헷갈리기 쉬워서 핀을 꽂기 전에 몇 번이고 뒤집어 봤다.

천에 초록색으로 그어 둔 완성선이 보인다. 시침핀은 박음질 방향과 직각으로 꽂아 두면 바늘이 지나가기 직전에 빼기가 수월하다. 어깨는 짧은 직선이라 오늘 작업 중에서는 그나마 부담이 덜한 구간이었다.
뒤판 중심은 목 아래 10cm부터
뒤판은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걸 중심선에서 이어야 하는데, 목에서부터 끝까지 다 박아 버리면 머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래서 목 부분에서 약 10cm 내려온 지점부터 아래쪽으로만 박음질했다. 위쪽에 남긴 틈은 나중에 여밈을 달아 입고 벗는 트임으로 쓸 곳이다.

시접 가장자리는 미리 오버로크로 감쳐 두었다. 이렇게 해 두면 박음질하면서 올이 풀릴 걱정이 없고, 완성한 뒤에도 안쪽이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바늘판의 눈금과 초록 선을 번갈아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폭을 지키려고 했다.
어깨와 뒤 중심까지 잇고 나서 뒤집어 펼쳐 보니 비로소 상의 같은 모양이 나왔다. 회색 안면 한가운데로 세로 시접이 지나가고, 양쪽 어깨 끝에도 감침 자국이 보인다.

목둘레에 안단 달기, 오늘의 고비
미리 만들어 둔 안단을 목둘레에 맞춰 올리고 시침핀으로 촘촘하게 고정했다. 그런 다음 1cm 시접으로 박음질해 연결했다.
여기가 제일 힘들었다. 직선은 원단을 곧게 밀어 주기만 하면 되는데, 곡선은 바늘이 나아가는 동안 손으로 천을 조금씩 돌려 줘야 한다. 그 돌리는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시접이 1cm였다가 0.8cm가 됐다가 다시 1.2cm로 벌어진다. 목둘레는 얼굴 바로 아래라서 그 작은 차이가 완성했을 때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국 속도를 확 낮췄다. 몇 땀 박고 노루발을 살짝 들어 방향을 고치고, 다시 몇 땀 박고. 페달을 밟는 발보다 원단을 잡은 손에 더 신경을 썼다. 눈은 바늘이 아니라 바늘판의 시접 눈금에 고정해 두는 게 도움이 됐다. 바늘 끝을 보고 있으면 이미 늦어서 틀어진 다음에야 알아차리게 된다.
시간은 걸렸지만 서두르지 않은 덕분에 한 바퀴를 크게 뜯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몸판이 옷이 되는 순간
다 박고 겉으로 뒤집어 책상 위에 펼쳤다. 검정 잎사귀 무늬 몸판 위로 목둘레를 따라 안단이 둥글게 자리를 잡았다. 심지가 들어간 덕분인지 곡선이 흐트러지지 않고 반듯하게 서 있다.

아직 안단을 안쪽으로 넘겨 다림질하는 일이 남았고, 곡선 시접에 가위집을 넣어야 안단이 매끄럽게 넘어갈 거다. 뒤 트임 여밈도 정해야 하고 진동 둘레와 옆선, 치마 부분까지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평평한 천 세 장이 어깨와 목을 가진 옷으로 바뀌는 걸 보니 오늘 몫은 충분히 해낸 기분이다.
곡선 박음질에서 하나 확실히 배웠다. 빨리 가면 결국 뜯게 되고, 천천히 가야 오히려 빨리 끝난다. 다음 단계인 진동 둘레도 곡선이니 오늘 감각을 잊지 않고 이어 가 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