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잉

에코백 만들기 1|재단에만 두 시간을 썼다

82×29.5×10cm 에코백을 만들기로 했다. 카키 캔버스 겉감과 북극곰 안감을 골라 패턴을 그리고 재단하기까지, 초보가 두 시간을 쏟은 하루의 기록.

ooapress 약 3분 분량
나무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인 카키색 캔버스 손잡이 두 장

이 글의 요점

  • — 완성 크기 82×29.5×10cm, 겉감은 카키 캔버스, 안감은 북극곰 무늬 면으로 정했다.
  • — 부직포에 시접까지 그린 패턴을 만들어 두면 천 위에서 헤매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 — 바닥 옆단 10cm는 모서리를 네모로 잘라 두는 방식으로 잡았다.
  • — 재단에만 두 시간. 초보에게 이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바느질을 줄여 주는 투자였다.

에코백을 만들기로 했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장 보러 갈 때, 카페에 노트북 하나 들고 나갈 때, 손에 툭 걸치고 나갈 수 있는 가방 하나가 갖고 싶었다. 지퍼도 없고 안주머니도 없는, 딱 그 정도. 초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끝낼 수 있는 물건 중에 이만한 게 또 없기도 하다.

크기부터 정했다

머릿속에 있는 걸 숫자로 바꾸는 게 먼저였다. 가로 82, 세로 29.5, 바닥 옆단 10cm. 손잡이는 110cm짜리로 잡았다. 종이에 이 숫자를 적고 나니 그제야 만들 물건의 윤곽이 잡혔다.

그다음은 패턴. 부직포 위에 완성선을 긋고, 그 바깥으로 시접선을 한 번 더 그렸다. 네 귀퉁이에는 5cm씩 화살표를 그려 두었다.

부직포 패턴에 82×29.5×10cm 치수와 완성선, 시접선, 모서리 5cm 표시가 연필로 그려져 있는 모습. 커팅 매트의 눈금자 위에 올려져 있다

이 5cm 표시가 바닥 옆단이 되는 자리다. 모서리를 네모로 잘라 내고 나중에 맞물려 박으면 가방 바닥에 폭이 생긴다. 평평한 자루가 아니라 물건이 서서 들어가는 가방이 되는 건 이 작은 사각형 덕분이다.

천 고르기

겉감은 카키 캔버스로 정했다. 두툼하고 뻣뻣해서 손잡이를 걸었을 때 가방이 축 처지지 않는다. 색도 뭘 입고 나가든 어울리는 쪽이라 마음이 편했다.

안감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다. 회색 바탕에 흰 북극곰이 엎드려 있고, 파랑과 살구색 삼각형이 흩뿌려진 면 원단.

회색 바탕에 흰 북극곰과 파란색·살구색 삼각형 무늬가 프린트된 면 원단이 접혀 있는 모습

겉은 무심하게, 열면 귀엽게. 가방을 벌릴 때마다 북극곰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혼자 좀 웃겼다. 안감은 어차피 나만 보는 자리니까 이런 데서 취향을 부려도 된다.

그리고, 자르기

패턴을 캔버스 위에 얹고 문진으로 눌렀다.

카키 캔버스 위에 부직포 패턴을 얹고 금속 원형 문진 두 개로 눌러 둔 모습

문진이 없으면 이 작업이 지옥이 된다. 캔버스가 워낙 두꺼워서 손으로 누르는 정도로는 자꾸 밀린다. 초크로 선을 따라 그리고, 패턴을 걷어 내고, 다시 문진으로 눌러 고정한 다음 가위질을 시작했다.

카키 캔버스 본체 조각. 아래쪽 양 모서리가 네모로 잘려 나가 있고 금속 문진 두 개가 올려져 있다

아래쪽 모서리가 이렇게 네모로 파여 있다. 처음 보면 실수한 것처럼 보이는데, 계획대로 잘라 낸 자리다.

마지막은 손잡이. 긴 띠 두 장을 같은 폭으로 잘라 내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폭이 몇 mm만 어긋나도 나중에 양쪽 손잡이 길이가 달라진다.

카키 캔버스로 재단한 긴 손잡이 띠 두 장이 나무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잘라 놓고 나란히 두어 보니 오른쪽이 아주 살짝 넓다. 접어 박으면 티는 안 날 정도지만, 눈에 들어오긴 한다.

두 시간

여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바느질은 아직 한 땀도 안 했는데.

처음엔 이게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어 조금 답답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알겠더라. 재단에서 대충 넘어간 1cm는 나중에 미싱 앞에서 훨씬 큰 대가로 돌아온다. 뜯고, 다시 박고, 또 뜯고. 자를 대고 다시 재는 데 쓴 십 분이 실밥 뜯는 삼십 분을 막아 준다.

책상 위에 조각들을 늘어놓고 사진을 찍었다. 아직은 그냥 천 쪼가리인데, 이 배치가 가방이 될 걸 알고 보니 꽤 그럴듯해 보였다.

다음은 손잡이를 접어 박고 본체를 이어 붙이는 차례다. 두꺼운 캔버스를 미싱이 잘 먹어 줄지가 관건인데, 그건 해 봐야 알 것 같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 첫 가방으로 무엇을 만들지 고민 중인 분
  • — 패턴 뜨기와 재단이 왜 오래 걸리는지 궁금한 분
  • — 완성 사진보다 준비 과정이 보고 싶은 분
이 글 공유하기 X Facebook Threads

이 글의 내용은 작성 시점의 정보와 글쓴이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의견입니다. 인용은 저작권법이 정한 정당한 범위에서만 하고 출처를 밝힙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 조항저작권·인용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