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만 두 시간을 쓴 지난번 이후로, 오늘은 드디어 바늘을 제대로 돌렸다. 오늘 할 일은 두 가지. 바닥 단단하게 만들기, 그리고 끈 만들기.
바닥이 흐물거리면 가방이 아니다
들고 다닐 가방인데 바닥이 축 처지면 안에 뭘 넣어도 모양이 안 산다. 시중에 파는 에코백을 만져 보면 바닥 쪽만 유난히 뻣뻣한데, 그게 심지 덕분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나도 꼭 넣어 보고 싶었다.
안감을 펼치고 바닥이 될 자리에 부직포 심지를 길게 올렸다. 초크로 미리 그어 둔 선에 맞춰 얹으니 자리가 딱 잡혔다.

여기서 잠깐 망설였다. 심지 가운데만 한 줄 박으면 될까, 아니면 여러 줄을 박아야 할까. 한 줄만 박으면 심지 양쪽이 들려서 안에서 돌아다닐 것 같았다. 그래서 폭을 따라 촘촘하게 여러 줄을 넣기로 했다.

천이 두 겹에 심지까지 더해지니 노루발 아래가 도톰했다. 페달을 세게 밟으면 바늘이 튕길 것 같아서 속도를 아주 낮추고 천천히 밀었다. 바늘이 두께를 씹으면서 통과할 때 나는 뻑뻑한 소리가 처음엔 무서웠는데, 몇 센티 가다 보니 기계가 알아서 잘 먹는다는 걸 알게 됐다.

다섯 줄. 간격도 그럭저럭 고르게 나왔다. 손으로 눌러 보니 아까와 완전히 달랐다. 힘을 줘도 접히지 않고 판처럼 버틴다. 이 손끝의 차이가 오늘 제일 뿌듯했던 순간이다.
뒤집어서 겉면을 확인했다. 밑실이 뜨거나 건너뛴 땀은 없었다.

끈은 접고 또 접어서
끈은 겉감과 같은 카키 캔버스로 만들었다. 넓게 자른 천을 양쪽에서 가운데로 접고, 다시 반으로 접어 네 겹을 만들었다. 원래 두께의 네 배가 되니 손에 잡히는 느낌이 아예 달라진다. 어깨에 걸었을 때 끈이 말려서 파고들지 않게 하려면 이 정도 두께는 필요하다.
접은 상태를 다림질로 꾹 눌러 두고, 벌어지지 않게 양쪽 가장자리에 상침을 넣었다. 겉에 보이는 바늘땀이 그대로 디자인이 되는 방식이라 삐뚤어지면 눈에 바로 띈다.

노루발 오른쪽 끝을 끈 가장자리에 딱 붙여 두고, 그 선만 보면서 밀었다. 바늘 끝을 쳐다보면 오히려 흔들린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시선을 노루발 옆에 고정하고 천이 알아서 따라오게 두는 게 훨씬 똑바르게 나온다.
두꺼운 끈이 겁나서 중간중간 멈췄다가 다시 밟았는데, 그 이음새가 좀 보이긴 한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선이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갔다.
오늘의 소득
초보 기준으로 오늘 두 공정은 난이도가 좀 있었다. 심지는 두께 때문에, 상침은 실수가 다 보인다는 점 때문에. 둘 다 무난히 넘겼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하다.
배운 건 결국 하나다. 두꺼운 곳에서는 서두르지 말 것. 밟는 힘을 줄이고 천을 살짝 받쳐 주기만 해도 기계는 제 일을 한다. 재단하는 데 두 시간 쓰면서 답답했는데, 그때 그려 둔 선이 오늘 전부 길잡이가 됐다.
다음은 겉감과 안감을 합치는 차례다. 가방 모양이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단계라 벌써 기대된다.
